귀신이 보일 때
2012.09.10
며칠 전, 나이트 근무 중이었다.
우리 환자들은 대부분 의식이 없거나 혹은 sedation 중인데 이 날 따라 내가 담당한 환자는 우리 병동에는 흔치 않은 의식이 있으신 분이었다.
수술하고 하루 정도만 중환자실에서 모니터링하려고 오신 할머니인데 생각보다 lung condition이 좋지않아 extubation을 하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하룻밤을 보내야만 했다.
어쨋든 밤동안 intubation상태에서 말도 못하시고 참 답답하셨을텐데...
역시나...
내 예상 그대로.........................
밤새도록 한숨도 안 주무시고 손에 쥐어드린 콜벨을 계속 누르며 나를 부르셨따 ㅠㅠ 퓨퓨
덕분에 바쁜 밤을 보내는 중. 5am경.
또 나를 부르셔서 가봤더니 할머니가 내 손바닥에 손가락으로 글을 쓰셨다.
ㄱ..ㅟ.. ㅅ...ㅣㄴ.. ㅇ..ㅣ ㅂ..ㅗ ㅇ..ㅕ
헐 옴마야
귀신이 보이면. 뭐지?
격리방에서 불 꺼놓고 홀로 계셔서 이러시나?
아님 며칠 전, 이 곳에서 하늘나라로 간 희야가 놀러왔나? ㅜ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드는 도중..
점점 할머니의 맥박과 호흡이 rough해지고 빨라지기 시작했따!
할머니의 lung이 나빴던 이유도 있었겠으나 분명 낯설고 무서운 중환자실에서 밤을 보내는 이분에겐 지금 당장 emotional한 support가 필요하다!
...할머니 맘 편하게 먹으시구요~
...지금 새벽5시인데 무서우면 불 켜드릴께욤. (끄덕끄덕)
...혹시 믿는 종교 있으세요? (도리도리. 아니.)
...그럼 저는 예수님 믿구 교회다녀요. 괜찮으시면 제가 기도한번 해드릴께요 (끄덕끄덕. 고마워)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지만 그 순간 할머니 손 꼭 잡고 할머니가 다 들으실 수 있게 큰 소리로 기도했따.
기도하고 눈을 떴는데.. 할머니가 편안하게 눈을 감고 계신다.
호흡도 한층 stable해졌다.
살며시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고 했더니 놔주지 않으시고 더 꽈악 잡으신다.
무서워하지 말고 두려워하지 마시라고 다시 한번 화이팅!하고 격리방을 나왔다.
그렇게 기도를 마치고 한층 stable해진 할머니의 V/S을 확인하고 격리방을 나오는데..
아무리 일이 밀려 있었음에도 왜 이렇게 마음이 따뜻해졌는지 :)
그 날 그 시간에 내가 때마침 나이트근무를 했고, 그 할머니가 나의 환자였고.
이러한 밤을 보내라는 뜻이었나보다 크크
...그 순간 함께 해주셔서 감사해요
thanx GOD*
